한국 침투하는 미국 SaaS 기업…"창업 없으면 日처럼 잠식" [긱스]

입력 2023-07-25 09:30   수정 2023-07-25 09:35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의 개화는 개발자 몸값 상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건비가 늘며 대체제 역할을 한 SaaS 기업이 대폭 성장했던 미국처럼, 국내도 시장 변화 기류가 감지되는 분위기입니다. B2B 동영상 SaaS 플랫폼 창업을 택한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는 29년간 네트워크 시장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김 대표를 만나 B2B SaaS 영역이 토종 창업가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구독형 소프트웨어(SW)를 일컫는다. 휴대폰 안에 누구든 구독형 앱 하나쯤은 존재하는 시대지만, 기업 간 거래(B2B)분야에선 아직 ‘토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리콘밸리 최초로 한인 유니콘 기업을 일군 센드버드 같은 업체도, 창업 초기엔 국내 기업과 투자사들의 외면 속에서 미국행을 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해 국내에서 창업되는 10만 개 업체 중 해당 분야 기업은 1%에 그친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가 “토종 B2B SaaS 창업 사례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론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데이콤과 국내 최초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씨디네트웍스의 부사장을 거친 그는 17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창업을 택해 12년을 버텼다. 카테노이드는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슨의 B2B 서비스 랭킹 조사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14위에 안착했다. 토종 업체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김 대표는 “B2B SaaS는 한번 종속되면 사업자 이동 비용 때문에 잘 교체될 수 없다”며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그랬듯, 미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기 좋은 구조”라고 강조했다. 외산 업체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없겠지만, 국내 창업자들이 새롭게 성장하는 B2B SaaS 시장에서 기회를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업모델 이해하는 투자자 만남은 ‘행운’

그 역시도 직원 100명의 스타트업을 이끄는 창업가지만, 김 대표는 자신을 “오랜 기간 성실한 직장인이었다”고 정의했다. 199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데이콤 경영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경영학과 동기들의 대다수가 회계사 시험과 사법고시에 도전할 때, 그는 실무 경영을 빠르게 배우길 원했다. 살아 움직이는 기업이란 존재가 신기했고, 빠르게 지식을 쌓아 언젠가 ‘내 회사’를 경영하고 싶었다. 데이콤이 LG그룹에 매각되고 나선 2000년대 벤처 붐을 타고 인터넷 업계로 뛰어들었다. 작은 벤처 회사에서 일하다가, 2001년 씨디네트웍스에 취직했다.

당시 한국에서 씨디네트웍스의 존재는 독특했다. 씨디네트웍스 사업 분야인 CDN은 현재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CDN은 콘텐츠를 배포하는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에 분산시키고 연결해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한다. 당시까진 시장에 탄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던 혁신적 개념이었다. 씨디네트웍스의 초기 멤버나 다름없던 김 대표는 10년간의 재직 기간 동안 상장과 해외 진출을 모두 경험했다. “경영은 이제 다 배웠다” 싶었을 때, 자연히 창업 아이템도 관련 분야에서 찾게 됐다.

창업을 준비하며 SaaS 시장의 성장세와 기업이 동영상을 활용하는 법을 다시 살폈다. 마케팅부터 콘텐츠 서비스까지 필요한 곳은 많았는데, 개발 인력이 모자란 경우가 다수였다. 개발 실무에서 자사 동영상을 플랫폼에 올리는 것은 변환 과정, CDN, CMS 3가지 체계가 필요하다. 변환과정은 촬영한 영상 파일을 업로드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절차고, CDN은 서버상에서 구현하는 분산형 구조다. CMS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여지는 페이지를 입력하는 공간이다. 사내 개발자가 직접 개발하지 못하면 3가지 다 외주를 줘야 한다. 김 대표는 “씨디네트웍스 근무 시절, CDN과 CMS를 같이 서비스하는 브라이트코브와 일본 시장 입찰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기억이 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동영상 공급 체계를 묶을 수 있는 SaaS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브라이트코브는 2012년 나스닥시장에 입성한 상장사다.

2011년 창업하고는 초기 투자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 대표는 “당시 자본 시장은 B2B SaaS에 특히 까다로웠다”며 “사업모델을 정확히 이해했던 소수의 벤처캐피털(VC)과 투자자를 만난 것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2013년 통합 비디오 플레이어 ‘콜러스’ 브랜드가 출시되고선 교육 시장 공략부터 시작했다. “동영상 1개당 판매 단가가 가장 높은 시장이 인터넷 강의를 서비스하는 교육 업체”라는 이유에서다. 외주 업체 수를 줄이고 단가는 더 떨어트릴 수 있단 점을 지속해서 내세웠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필요했던 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도 고객사 수를 늘렸다. 현재 고객사 수는 700개, 올해 매출 목표액은 200억원이다. 틈틈이 투자유치도 진행했다. 최종 투자유치 라운드는 시리즈C, 누적 투자금액은 275억원 상당이다.
"개발자 비용 오르면 SaaS 시장 큰다"

그는 SaaS 업체의 성장세와 국민소득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국민소득은 개발자 몸값을 추산하기 위한 일종의 대체 지표다. 시장이 크다고 SaaS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중국보다 미국의 SaaS 투자가 활성화된 이유는 개발자 몸값이 높기 때문”이라며 “자체 개발에 인건비가 높으면 외부 SaaS에 돈을 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VC의 SaaS업체 투자 비중은 중국 대비 6배가 높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사업자 이동비용이다. 그는 “특히 CMS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녹아버리기 때문에, 더 나은 시스템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을 재투자해 함부로 바꾸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테노이드도 해지율이 1%가 안 되는데, 플랫폼이 뛰어나서라기보단 후발주자가 영업을 뚫어내기 어려운 시장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과 EU의 동영상 플랫폼 시장이 미국 업체를 중심으로 공략된 이유는 토종 SaaS 기업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를 “미국 기업의 놀이터가 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EU가 최근 정보기술(IT) 규제의 핵심지로 떠오른 이유가 미국 업체에 자국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란 분석은 이미 잘 알려진 상태다. 그는 “한국 개발자 몸값이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반토막이 될 리는 없다”며 “국내 SaaS 시장 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인데, 시기를 놓치면 100만 개 국내 기업이 미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외산 SaaS의 진출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며 “그만큼 창업 기회가 분명한 영역이란 것”이라고 했다.

카테노이드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점차 사내 개발자의 일손을 줄이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최근 론칭한 ‘찰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찰나는 쇼트폼 동영상 업로드를 지원하는 서비스인데, 코딩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마케터들이 쇼핑몰에서 미리 촬영한 쇼트폼 영상을 붙일 때, 찰나에서 만들어진 링크 하나만 삽입하면 영상이 자동으로 업로드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찰나는 2030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탄생한 서비스다. 젊은 실무진이 생각한 방향도 개발자 영역을 대체해야 한다는 김 대표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연내 또 다른 주요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커머스 업체 공략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B2B SaaS 창업가가 외주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B2B SaaS를 영업하다 보면, 제안 내역을 100% 자사 내부 시스템으로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며 “초기 창업자가 적자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당시 카테노이드가 이런 외주를 거절했던 것은 대단한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정된 리소스에서 동일 서비스를 더 많은 곳에 공급하기 위함이었다”며 “대단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초기 창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어려운 시기를 버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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